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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하는 주식 투자

사람들은 전문가들이 증권단말기를 통해서 입수하는 세련되고 수준 높은 소문에서 고급 투자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추측하겠지만, 피터 린치는 근무시간이 아닐 때에는 여느 투자자들처럼 대박 종목을 찾아 나선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우선 타코 벨을 들 수 있겠다. 캘리포니아로 가는 길에 이곳에서 사 먹은 부리토의 맛에 매료되었다. 라 퀸터 모터 인스의 경우는 경쟁사인 홀리데이 인 관계자가 말해주어서 알게 되었다. 볼보는 가족과 친구들이 이 회사의 차를 타며 친숙해진 경우다. 애플 컴퓨터는 아이들이 집에서 쓰고 있고, 회사 시스템 관리자도 업무용으로 몇 대 구입한 제품이다. SCI는 이 분야와 아무 상관없는 피델리티의 전자산업 분석가가 텍사스로 가는 길에 발견한 업체다. 던킨도너츠의 경우에는 이곳의 커피를 좋아해서 관심을 가졌다. 한층 개선된 모습을 보인 피어 원 임포츠는 아내가 최근에 추천한 업체다. 사실은 아내야말로 피터 린치에게 최고의 정보원이다. 레그스를 발견한 사람도 바로 피터 린치의 아내다.

 

화려한 색상의 플라스틱 달걀 모양 용기에 포장된 레그스의 스타킹은 슈퍼마켓 계산대 옆 진열대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 제품의 제조 회사인 헤인즈는 보스턴 교외지역을 포함해서 전국 여러 곳에서 레그스를 시험 판매하던 중이었다. 헤인즈는 시험 판매 중인 슈퍼마켓에서 쇼핑을 마치고 나오는 여성 수백 명에게 방금 스타킹을 구입했는지 질문했다. 그렇다고 답한 여성의 비율이 꽤 높았다. 그런데 이들 중 대부분은 제품 브랜드를 기억하지 못했다. 헤인즈는 쾌재를 불렀다. 브랜드를 알리지 않고서도 베스트셀러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면, 브랜드를 발표한 다음에는 얼마나 잘 팔리겠는가?

 

피터 린치의 아내 캐럴린은 섬유분석가는 아니었지만 레그스가 우수한 제품이라는 사실을 금방 알았다. 1켤레 사서 신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고강도 소재를 사용한 이 스타킹은 일반 스타킹에 비해 올이 잘 풀리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잘 맞는 것도 장점이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매력은 편리성이었다. 백화점까지 갈 필요 없이 슈퍼마켓에서 계산하기 전에 풍선껌이나 면도기를 집어 드는 것처럼 손쉽게 레그스를 선택할 수 있었다.

 

스타킹을 구입한 여성들, 스타킹이 팔리는 모습을 지켜본 계산대 점원들, 아내가 스타킹을 사들고 오는 모습을 본 남편들 가운데 레그스의 성공을 점칠 수 있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수백만 명은 족히 될 것이다. 이 제품이 출시되고 2~3년 지난 후, 수천 곳의 슈퍼마켓 중 아무 곳이나 둘러보아도 이 제품이 베스트셀러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레그스를 만드는 회사가 헤인즈이고, 헤인즈 주식이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다는 사실 또한 쉽게 알 수 있었다.

 

 

레그스의 장점은 우리가 이 회사를 초창기부터 알 필요가 없었다는 점이다. 헤인즈가 설립된 해에나 이듬해, 심지어 레그스를 전국적으로 판매한 이후인 3년 차에 이 회사의 주식을 샀더라도 적어도 3배를 벌 수 있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 특히 남편들은 이 회사에 투자하지 않았다. 흔히 가족을 대표하는 전담 투자자인 남편들은 아마 태양에너지 주식이나 위성 안테나 주식에 투자해서 투자금을 축내기에도 너무 바빴던 모양이다.